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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 | 유럽/Switzerland | 스위스댁 이야기
이보다 더 예쁠 순 없다! 스위스 유채꽃 피는 시기는 언제?
2022. 6. 16. 07:17

스위스가 가장 예쁜 계절은 언제 인가요?

 

스위스 댁이 된지도 어언 16년.

스위스라는 나라와 연을 맺은지는 어느덧 18년이 다 되어 가고, 어쩌다 스위스 가이드북까지 썼다보니 주변에서 스위스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그 중 가장 자주 나오는 것 중 하나는 어느 계절에 스위스에 가면 좋겠냐는 것. 뭐 그건 사실 본인이 뭘 즐기고자 하는 것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스위스에서 선호하는 계절은 봄과 여름이다. (참고로 한국은 가을 ^^)

스위스가 사시사철 예쁘다고는 하지만 가을에는 비가 많이 오고, 겨울에는 안개가 많이 껴서 코 앞에 있는 알프스 봉우리도 안보이기가 일쑤. 날이 안좋으면 곤돌라나 케이블카 운행도 중단되기 때문에 가고 싶었던 산행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고로 비교적 맑은 날이 많고, 도시도 산도 다 예뻐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바로 봄부터 여름까지다.

 

노오란 유채꽃밭 넘어 저멀리 알프스 산맥이 웅장하게 빛나는 스위스의 봄

 

근데, 그 중에서도 특히 더 스위스가 눈부신 때가 있는데, 바로 유채꽃이 전국을 뒤 덮는 시기다.

'오잉? 스위스에 유채꽃이라고라? 제주도가 아니고?'

그렇다. 스위스에도 유채꽃이 있다. 아니 있는 정도가 아니라 봄이 되면 전국의 수많은 들판이 유채꽃으로 뒤덮힌다. 스위스의 유채꽃밭 이야기를 하면 다들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데, 사실 유채꽃은 제주도보다 유럽에서 훨씬 더 많이 재배한다는 사실.  유채꽃의 원산지인 유럽에서는 유채기름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관상용이 아니라 식용 또는 공업용으로 유채를 재배한다. 따라서 그 양도 방대하여 유채시즌에 유럽대륙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온동네가 화사하기 그지 없다.

(근데, 유채기름을 처음 식용으로 개발한 캐나다는 그 재배량이 더욱 방대하더라. 유채밭 하나를 지나가는데 기차를 타고 15분이 걸렸다!)

 

 

 

 

5월 초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유럽 들판

 

바로 이렇게 온동네가 초록 노랑 바둑판.

덕분에 도시에서도 시골길에서도 알프스에서도 카메라 셔터가 쉴틈이 없다는게 이 시즌의 단점이라면 단점일까? ^^;

 

 

 

 

스위스의 유채꽃이 만개하는 시기는 언제인가요?

 

휴우...

답변하기 가장 여려운 질문이 바로 이거.

사실 꽃이 만개하는 정확한 시기는 신만이 아신다는게 정답이겠다. 

특히 날씨가 변덕스러운 스위스에서는 유채 만개 시점이 한달가량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어느 한 주를 콕 집어 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채꽃은 완전 만개해 지속되는 기간이 삼주정도로 길다는 것? 50%이상 피어 있는 기간은 한달이 넘는다.

그래도 여행 계획 세우시는 분들을 위해 평균적인 개화시점을 대략 알아보니 다음과 같았다. (예전에 유채가 만개했던 때 찍은 사진들을 찾아 보며 개화시점을 가늠해 보았다.)

 

 

2006년 4월 28일

 

내가 처음 스위스를 찾은 해는 2006년 4월이었는데, 그 해에는 4월 말에 유채꽃이 활짝 피었던가보다. 그러나 이듬해 외장하드를 날리는 바람에 그 한해 동안 찍은 사진이 통째로 날아갔고, 고로 이 해에는 시각적 증거가 없다. 다만 스위스에 온 첫 해라 열심히 일기를 썼었는데, 4월 28일자에 두줄의 글이 남아 있더라.

 

'오이군이랑 드라이브를 갔는데, 온 들판이 전부 노란색이다. 스위스에도 유채꽃이 있다니...어릴적 부터 제주도 + 유채꽃을 공식 처럼 들어서 유채꽃은 제주도의 토종꽃인 줄 알았건만 유럽이 원산지라고 한다. 헐...배신이다...-_-: '

 

 

2007년 4월 29일 모보르제 Mauborget

 

 

2007년에는 모보르제라는 곳으로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가는 길에 유채밭에서 사진을 찍었더라. 근데, 사진속의 꽃을 보니 아직 만개 상태는 아닌 것 같고, 5월 첫째주 쯤에 만개했을 걸로 추측된다. 4월 셋째주 즈음부터 피기 시작했을 듯.

 

 

2008년 5월 28일 프렐 Prêle

 

하동의 부부송이 생각나는 나무 두그루

 

두둥!

2008년에는 유채꽃 촬영 날짜가 5월 28일. 전년과 무려 한달이 차이가 난다. 아미 2008년에는 봄에 날씨가 계속 추웠던가보다. 여기는 시누이네 창밖 풍경인데, 원래 저 나무 뒤로 알프스 산이 보여야 하건만 날씨가 계속 안좋았는지 사진속 날씨도 흐리다. 이때 만개인 걸로 보아 5월 둘째쯤 부터 피기 시작한 걸로 추측.

 

 

2009년 5월 7일 오베르니에  Auvernier

 

 

이때 스위스에서 학교 댕길땐데, 아침 등교길 기차안에서 유채밭을 찍었더라. (스위스는 기차가 버스보다 흔한 교통수단이다.) 5월 첫째주에 완전 만개한 걸로 보이며, 호수 건너편 들판에도 군데군데 유채밭이 있다. 개화는 4월 둘째주 정도에 시작했을걸로 추측.

 

저 때는 시즌에 맞춰 머리 색을 바꿨던 것 같다. 봄엔 초록색, 여름엔 파란색, 가을엔 빨간색, 겨울엔 검정 뭐 이렇게...ㅋ

 

근데, 유채꽃 사진 찾다 재밌는거 발견.

이 해에는 아침마다 학교 가기 전에 저 허리 뿌러진 자세로 셀피를 찍고 나갔더라 ^^;

나는 평생 뚱뚱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나름 날씬하던 시절이 었었던거에 놀라고, 방안이 폭탄 맞았는데 그냥 저러고 나갔다는 사실에 또 놀라고, 사진 잘 나온다고 좋아하던 카메라 였는데, 지금보니 퀄리티 황인거에 또 한번 놀라고.

 

 

2010년 4월 27일 콩시스 Concise

 

 

이 해에는 4월 말에 완전 만개했나보다. 오이군네 형이랑 어디 갔다 오는 길, 차에서 찍었다. 지형으로 보아 콩시스 어드매 지날때 인 듯. 말에 이정도 색감으로 피어있는거 보면 개화는 4월 첫째주에 시작됐을거라 추측.

 

 

근데, 또 잼난거 발견. 옴마야, 귀여운 울서방! ^^;

똑같은 듯 하면서도 어딘지 어려보이는구나, 흣흣. 반갑다, 오랜만이야! ㅋㅋ

그리고 이 때 나는 아프리칸 스타일로 딴 머리를 하고 있었더라. 아...저거 아프리칸이 운영하는 미용실 가서 비싼돈 내고 가짜머리 섞어 같이 딴건데, 다 따고 그들이 내 머리를 놓아주는 순간 너무 무거워서 목이 뒤로 휙 재껴지더라. 아직 여름도 아닌데, 무진장 덥고, 며칠 지나니 가렵고, 드라이로 머리 말리는데도 한시간 넘어가고, 무거워서 내 원래 머리가 막 같이 빠지고 총체적 난국. 평생 이 머리를 하고 사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고충은 어떠하랴...크으. 잠시 묵념.

 

 

 

 

 

 

2011년 4월 16일 부드리 Boudry

 

 

크허! 이 해는 무진장 따뜻했나보다. 4월 16일에 이미 이렇게 만개해 있는거 보면 3월 말부터 피기 시작했단 소리.

부드리에 있는 무인 파머스 마켓 갔다오며 찍은 사진인데, 스위스에서 유채꽃 구경은 자전거가 진리다. 봄철 밭 사이사이 돌아다니며 자전거를 타줘야 스위스의 봄을 제대로 즐겼다고 말할 수 있지. 아암~그렇고 말고.

 

 

 

2013년 5월 28일 프렐 Prêle

 

 

2013년 5월 말 시누이네 창밖 풍경. 

이 해에는 봄에 날씨가 정말 안좋았다. 우리가 5월 중순에 스위스에 들어갔는데, 평소와 같을 줄 알고 아무 생각없이 반바지에 반바지 입고 갔다 공항나서면서 동사할뻔. 고로 유채꽃도 엄청 늦게 피더라.

 

 

2013년 6월 2일 무동 Moudon

 

위와 같은 해인 2013년인데, 이때는 내가 이미 한참 사진질 및 블로그질에 심취해 있을때라 사진이 많다.

 

 

이렇게 6월 초에 만개했고, 중순까지 만개상태가 지속되었던걸로 기억.

무동에 다녀오며 찍은 사진인데, 이날도 비가 계속 부슬부슬 내렸지만 너무 예뻐서 자꾸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스위스 유채밭의 좋은 점은 관광지가 아니고 그냥 시골길에 있는거라 사진찍는 사람이 우리 외에는 없다는 것 ^^; 단, 농부의 생계가 걸린 농작물이니 밭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말고 찍자.

 

 

근데, 옷 입은 것 좀 보소. 6월인데, 나도 오이군도 스웨터에 목도리까지 두르고 있다. 이 해 날씨 정말 거시기 했지...

 

 

 

2017년 5월 5일 오 쥐느베 Les Hauts-Geneveys

 

 

2017년에는 5월 초에 완전 만개. 5월 둘째주 정도까지 만개 상태였으니 4월 초중순부터 피기 시작했으리라.

이날은 유채꽃을 보러 간게 아니고, 라쇼드퐁에 볼일이 있어서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후아...창밖이 이렇게 생겼는데, 기차에서 내리지 않을 수가 있나? 꽃풍경에 취해서 바로 다음역에서 내려 한참동안 들판을 헤메고 다녔다.

 

 

 

 

 

2022년 5월 8일 코르노 Cornaux

 

 

두둥. 세계여행에 코로나에 어쩌다보니 봄에는 4년만에 들어오는 스위스. (2019년에는 가을, 겨울에 있다 가서 유채 사진이 없다.) 되게 오랜만에 보는 것 처럼 생경하구나.

 

 

올해는 스위스의 봄날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겨울에 주구장창 끼는 안개도 별로 안끼더니 2월부터 봄날같기 시작해서 꽃도 예년보다 3~4주씩 일찍 피었다. 당연히 유채도 엄청 일렀는데, 4월 초부터 개화해서 셋째주에 후다닥 만개하더니 5월 둘째주 쯤에 확~다 끝나버림. 근데 하필 사진찍으러 간날 하루 날씨가 안좋아서 이렇게 분위기가 비장하게 나왔네...

 

어쨌든 이렇게 대략적인 스위스의 유채시기를 알아보니 4월 넷째주~5월 첫째주에 만개일때가 가장 많은 것 같다. 고로 유채꽃 가득한 스위스를 보고 싶다면 여행 날짜를 4월 셋째주~5월 둘째주 사이로 잡아보자. 성공할 확률이 높으리라. 그러나 역시 날씨는 신의 영역. 가끔 스위스의 정신나간 날씨가 유채꽃을 6월 다 되서 피울 수도 있다는 것도 염두해 두자.

 

 

※ 4월부터 5월 중순까지 도시와 시골은 온갖 꽃으로 가득해서 더없이 아름답지만 알프스 산위는 눈이 녹는 시기다. 따라서 융프라우나 체르마트같이 초인기 지역을 제외한 케이블카와 푸니쿨라는 휴지기일 수 있다. 올라가고자 하는 산이 덜 유명한 곳이라면 미리 확인하고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