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 Instagram Facebook NAVER 이웃 E-mail 구독

Europe | 유럽/Switzerland | 스위스댁 이야기
봄날의 스위스, 뉴샤텔(뇌샤텔)의 벚꽃엔딩
2022. 4. 13. 19:40

 

2006년, 처음 만난 봄날의 스위스 그리고 2022년 또 다시 봄

Le printemps dans le Pays de Neuchâtel

 

 

뉴샤텔 호숫가의 수양 벚나무

 

올해는 유난히 스위스에 봄이 빨리 찾아 왔다.

예전에는 4월이나 되어야 벚꽃이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2월 중순부터 각종 봄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3월 중순에 벚꽃이 만개해 버렸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 지고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십년의 세월을 건너 뛰고 같은 곳을 보니 정말 그 정도가 실감이 나더라. 

 

 

 

 

2006년 4월의 어느 봄날, 보라색 꽃이 가득한 이 돌담길을 걸어 처음 스위스에 왔다. 사진은 몇 주 전인데, 아직 살짝 일러서 꽃이 만개하지는 않았다

 

그렇다. 십년.
스위스를 떠나있었던 지난 십년동안에도 사실 매년 1-2개월정도를 스위스에서 보내기는 했지만 그 계절이 항상 초여름이었다. 내 취향 기준으로 스위스 날씨가 가장 좋고, 알프스가 제일 아름다운 계절이 바로 초여름이기 때문. 봄, 가을이 건조한 한국과 달리 스위스는 환절기에 비가 많이 온다. 또 우리가 사는 뉴샤텔은 호숫가 도시이다보니 겨울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낀다. 그래서 가장 쾌적한 계절이 바로 초여름부터 초가을 까지인 것. 물론 큰 호수들과 커다란 알프스 산맥을 끼고 있는 스위스는 지역별로 날씨가 많이 다르니 모두 그렇다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어딜가도 날씨에 실패할 확률이 제일 적은 달은 5월 중순에서 9월 초까지다.

 

요긴 다른 곳 보다 보라색 캄파눌라 무랄리스가 일찍 만개 했다. 양은 좀 적지만 반가와서 세레모니 한컷 ^^; 오못, 자갸, 허리 조심!

 

그래서 나도 봄날의 스위스를 보는 건 딱 십년만인데, 오랜만에 보니 기분이 참 묘하다.

16년 전 처음 스위스에 왔던 그 날도 이렇게 벚꽃이 흩날리고, 보라색 캄파눌라가 온동네 벽을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던 봄날이었는데...

 

 

 

 

꽃향기 따라, 새소리 따라 뉴샤텔 호숫가 산책

Spring time in Neuchâtel

 

 

스위스 사람들은 정원 가꾸기를 좋아해서 어딜가도 꽃이 많긴 한데, 또 한국의 벚꽃길이나 매화밭처럼 꽃나무가 거대한 군집을 이루는 곳은 잘 없다. 따라서 나는 스위스에 살 적에 가장 한국이 그리운 계절이 봄이었다. 다리 아파서 끝까지 가지도 못할 만큼 끝없이 이어지는 벚꽃길. 꽃비를 맞으며 걷던, 짧지만 화려한 한국의 봄날들.

 

그렇다고 스위스에 벚꽃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왕체리나 꺼흐 드 피죵 Coeur de Pigeon (비둘기 심장) 이라 불리는 노란체리가 열리는 나무들이 있다. 이렇게 시내 중심가나 공원, 기차역 주변에 가면 몇 그루 심겨 있는 곳이 있어서 봄마다 열심히 찾아 다니곤 했다 ^^;

 

벚꽃 길이 없는 대신 스위스의 봄엔 야생화를 실컷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알프스가 아니라 동네 산에만 가도 키작은 야생화들이 끝도 없이 피어난다. 한국은 봄만되면 야생화 한송이 찍으려고 사진사들이 온산을 헤집고 다니던데, 스위스에는 먼곳에 안가고 동네 뒷산만 가도 노루귀, 홀아비 바람꽃(아네모네), 크로커스, 수선화 등이 차례로 산 전체에서 피어나서 딱히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산위의 야생화들은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고 오늘은 봄날의 우리동네 풍경 소개. ^^;

 

웬지 작은 요정들이 머리에 쓰고 다닐 것 같이 생긴 무스카리 Muscari (플로리스트이신 인친 '감물'님께서 이름 알려주셨어요)

 

앗, 어느새 봄이 왔구나!

2월 첫째주 쯤 집을 나섰는데, 며칠 전까지 황량했던 화단에 보라색 꽃들이 피어 있었다. 원래 산위에는 영어로는 스노우 드롭 Snow Drop, 프랑스어로는 페르스 네쥬 Perce Neige 라 불리는 설강화가 제일 먼저 피는데, 집 근처에는 이 꽃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올 해 봄을 알려준 꽃은 보라빛의 무스카리였다.

 

스위스에서 무스카리는 집주변 화단과 길가의 흙이 있는 곳에서 잡초처럼 자라서 흔하게 볼 수 있다. 2월 초부터 하나 둘 피기 시작했는데, 4월인 지금까지 화단을 온통 뒤덮고 있는 걸 보니 꽃도 오래 가는 모양이다. 

 

이 꽃이 바로 스노우 드롭. 프랑스어로는 페르스 네쥬라고 하는데, 눈을 뚫는 다는 뜻이다. 겨울이 끝날 무렵 아직 눈이 남아 있는 땅위에 눈을 뚫고 자라기 때문. 야생에서도 많이 자라는데, 사진은 산위가 아니라 동네 화단에서 찍은 것 ^^;

 

이것은 한국에서 영춘화라고 불리는 꽃으로 봄을 맞이 한다는 뜻. 실제로 봄에 제일 먼저 피어난다. 개나리와 비슷해서 헤깔릴 수 있는데, 개나리보다 거의 한달가량 일찍 피어난다. 꽃잎이 4개로 갈라지는 개나리와 달리 영춘화는 꽃잎이 5~6개고, 개나리 가지는 갈색인데 반해 영춘화 가지는 초록색이다. 그리고 개나리 가지는 위로 뻗는데, 영춘화는 아래로 늘어져서 보통 담벼락 안쪽에 심어 담장 밖으로 길게 늘어지도록 키운다. 올해는 2월 셋째주 만개

 

왼쪽 : 이름을 모름. -_-; 나무에 라일락 비슷하게 자라는데,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핀다. 2월 중순에 만개 했고, 벚꽃처럼 2주 정도 밖에 안가는 듯. 향기가 엄청 짙어서 근처에만 가도 기분이 좋아진다. 향은 라일락에 난초 향이 섞인 것과 비슷하다 / 오른쪽 : 스위스에도 산수유가 있다! 공원에 드문드문 한두그루씩 있어서 구례 산수유마을의 추억을 떠올리며 지나곤 한다

 

올 겨울은 따뜻한 편이었는데, 그래도 호숫가로 내려가면 매서운 바람이 뺨을 때려댔다. 그런데, 3월의 어느날 창문을 열었더니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한없이 부드럽기만 하네? 오?! 호숫가 산책 갈 때가 왔구나!

봄바람의 마법에라도 걸린 듯 주섬주섬 카메라를 둘러메고, 밖으로 나왔다.

 

 

...

하아...

뉴샤텔의 오르막 길. 오랜만에 돌아오니 다시 적응이 안된다. 이 끝없는 계단.

집에서 호수로 가는 샛길인데, 무한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이때는 사실 호수로 내려가는 도중이라 사진찍을 정신이 있었고, 이걸 다시 다 올라 집으로 돌아갈 때는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하게 된다는...

 

스위스 서쪽 도시나 마을들은 뒷쪽에 쥬라산맥을 앞으로 커다란 뉴샤텔 호수 또는 레만 호수를 끼고 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라 풍수지리는 좋을런지 모르겠으나 문제는 평지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 그래서 대부분의 집이 산비탈에 있다. 그렇다보니 엄청난 부자도 소박한 서민도 모두 산동네에 산다. ^^; 그리고 산동네지만 길이 잘 놓여 있고, 전망좋은 집이 많다. 

 

해뜰무렵 우리집 전망

 

호수로 내려가는 무한계단은 한없이 험난하게 느껴지지만 집에서 이런 전망을 볼 수 있으니 공평한걸로 (가운데, 높은 봉우리 세개가 아이거, 묀희, 융프라우요흐)

 

 

이렇다보니 어릴 때 부터 오르막 길에 단련이 되서 그런지 스위스 사람들은 대부분 산길이나 오르막길을 참 잘 오른다. 그러나 서울 변두리 김포평야 근처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정말이지 매일 일상이 극기훈련이다.

 

겨우내 잎이 떨어지지 않고, 초록을 유지하는 상록수. 그래서 꽃이 안필 것 같이 생겼는데, 이렇게 예쁜 꽃이 핀다. 꽃은 보라색, 흰색, 분홍색으로 다양

 

 

드디어 호숫가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시커먼 개 한마리. 그 뒤를 이어 허리가 잔뜩 굽은 할머니가 천천히 걸어 오신다.

근데, 개는 진짜 내 평생 본 개 중 손가락에 꼽히도록 엄청나게 크고, 할머니는 스위스 사람 중에서 손가락에 꼽히게 자그마 하시다. 키가 내 가슴팍까지 오는 커다란 개가 신기해서 잠시 구경을 했는데, 산책을 다 마쳤는지 할머니가 개를 부르신다. 그리고 목줄을 매네? 헐...저렇게 커다란 개에게...녀석이 아무생각 없이 달리면 할머니는 힘 한번 못주고 넘어질 것 같은데, 덤덤하게 큰 개에 목줄을 채우신다. 그러자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던 녀석이 신기하게 그 줄에 얌전하게 매여 할머니와 함께 천천히 박자를 맞춰 걷는다.

뭔가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풍경. 

 

금빛으로 빛나는 오후 4시 햇살

 

 

스위스에 처음 왔을 때 가장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이 백조였다.

백조의 호수 발레리노들이 그랬던 것 처럼 위풍당당하게 날개를 부풀리고 우아하게 물위를 떠다니던 커다란 새. 햇살에 빛나는 새하얀 깃털이 명화속에서 보던 천사를 떠올리게 했다.

더 신기한컨 저 커다란 새가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 사이를 걸어다니고, 사람들은 이 새들에게 그다지 신경을 안쓴다는 사실. 그런데, 몇달이 지나자 나도 그들처럼 백조에 무뎌지더라. 스위스에서 백조는 호숫가에 가면 공원에 비둘기만큼 흔하다. 게다가 사람 따라다니면서 빵달라고 구걸하거나 뭐 하나 떨어지면 혼자 먹겠다고 크허헉 소리내면서 작은 새들을 위협하는 걸 많이 봤더니 처음에 느꼈던 위엄과 우아함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 그냥 대형 비둘기 같은 느낌으로 전락했다. ^^; 역시 사람도 동물도 살짝 베일에 싸여 있을때가 매력적인 것 같다. ^^;

 

 

참고로 백조는 성질이 사나운 편이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다 백조를 마주치면 일단 조심. 음식을 손에 쥐고 가까이 다가가면 확 채갈 수 있는데, 목이 워낙 굵고 새가 크다보니 힘도 세서 확 채갈때 연약한 아이들의 손가락이나 팔이 부러질 수도 있다고 한다. 스위스에 온 첫해에 오이군이 나에게 한 말도 '백조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마. 쟤네 문다...' 였으니...

특히 초여름에 새끼 백조들을 데리고 다닐때는 경계심이 극대화되니 아이들은 물론 어른도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한다. 백조 둥지가 호숫가에 있는 경우도 있는데, 둥지에도 가까이도 가지 않도록 한다.

호숫가에선 자나깨나 백조 조심 ^^;

 

지나다니며 나도 모르게 힐끔 거리게 되는 호숫가의 아름다운 대저택. 이게 카페나 음식점이 아니고 일반 가정집이라니...정원이 축구장만한 듯

 

오래전 스위스에 처음에 왔을때는 한국에 있는 꽃들이 여기도 다 있다는게 참 신기하더라

 

 

 

 

 

이 까만 새는 한국에서는 대륙검은지빠귀라 불리는데, 영어로는 커먼 블랙 버드. 즉 흔한 까만새다. 한국에서는 드물게 번식하고 떠나는 나그네 새지만 스위스에서는 참새만큼 흔한 텃새다. 그런데, 평범한 외모와 달리 목소리가 너무 예뻐서 이 녀석이 창가 나무로 찾아와 노래를 불러주면 아침이 더없이 행복해진다. 저녁에도 노래를 부르는데, 오늘도 수고했어. 하고 토닥여 주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 새가 재밌는건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 백조처럼 가까이와서 빵을 뺏어 먹는 건 아니지만 일미터 간격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맑은 눈으로 한번 쳐다볼 뿐 날아가버리지 않는다. 우리집 마당에 벌레도 열심히 잡아 먹어줘서 참 좋은 새 ^^

 

오후 네시의 햇살아래 뉴샤텔 호수. 뒷배경은 쥬라산맥

 

 

햇살 좋은 봄날에 밖으로 나오고 싶은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닌 듯하다.

 

 

요렇게 물새들도 반상회 하느라 바쁘고,

 

 

사람들도 삼삼오오 모여 맥주한잔 하느라 바쁘다.

이 장면을 보니 나는 또 한강 고수부지의 치맥이 떠오르고. 아아...치킨에 맥주 한잔이 그리워 지는 봄날의 뉴샤텔 호숫가.

 

정말 크고 풍성한 물가의 수양버들. 봄에는 이렇게 사랑스러운 연두빛으로 한들거리다가 여름이면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는 아름다운 나무

 

뉴샤텔 미술 역사 박물관 앞 거대한 목련 나무

 

 

뉴샤텔에는 목련, 특히 자목련이 많은데, 나무들이 수령이 오래되서 그 크기도 엄청나다. 정원이 있는 대부분의 집 마당에 커다란 목련나무가 있어서 봄이 되면 온동네가 화려하기 그지 없다. 아쉽게도 다 남의 집 정원 안쪽에 있어서 다가가 사진을 찍을 수는 없지만. ^^

 

 

드디어 뉴샤텔 메인 항구에 도착. 이 곳이 뉴샤텔의 시내다. 이 선착장에서 뉴샤텔 호수와 모라(무르텐) 호수를 연결하는 유람선이 출발한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 열그루 정도의 수양벚나무가 있다. 청순한 핑크색 꽃이 피는 수양벚나무는 가지가 아래로 길게 늘어져 뭔가 더 우아한 느낌이 든다.

 

 

 

 

저 파라솔이 놓인 곳이 낭만적인 노천카페이면 좋으련만 실체는 케밥 집이다 ^^; 그래서 근처로 가면 케밥냄새와 감자튀김 기름냄새가 진동....^^;

 

벚나무가 몇그루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사람들이 우리나라처럼 벚꽃에 크게 열광하지 않아서 대부분 벚나무 아래 벤치가 비어 있다. 그래서 스위스에 살때는 매년 봄, 점심시간이면 이곳에 나와 친구들과 삼삼오오 점심을 (케밥을) 먹으며 봄을 느끼곤 했다. 근데, 오늘은 케밥이 안땡겨서 패스. ^^; (누가 여기 김밥+떡볶이집 하나 내줬으면...)

 

벌써 벚꽃엔딩?! 아...너무 짧아...

 

짧아서 더 아쉽고, 아름다운 벚꽃.

피어난지 며칠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잎이 하늘하늘 다 떨어지며 벚꽃엔딩을 맞이하고 있더라. 오늘 안나왔으면 큰일날 뻔 했네. 등 떠밀어줘서 고맙다, 부드러운 봄바람아.

 

뉴샤텔 시 중앙 우체국인데, 여러 나라 이름이 쓰여 있다. 근데 왜 한국은 없어! :-(

 

버스 정류장 풍경. 백목련, 자목련 이외에 한국에 있는 꽃이 작은 목련도 있다

 

꽃향기에, 봄바람에 취해 집에서부터 시내까지 4km를 걸어와 버렸네.

신나게 다니다가 많이 걸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피곤해 져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목련꽃을 찍으면서. 그때 여기서 이벤트 발생. 지나가던 할머니가 웃으며 다가오더니 '너 이게 무슨 꽃인지 아니? 이게 마니올라(매그놀리아 Magnolia 불어 발음)야.' 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근데,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온 친절함(오지랍?)에 당황하기도 했고, 너무 당연한 걸 이야기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아, 네...알아요.' 라고 해버렸네. 그냥 고맙다고 할껄...^^; 어쨌든 어정띠었디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하긴 했는데, 할머니는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아, 알아?' 하더니 획 돌아 총총 가버리셨다. ^^; '우리나라에도 겁나 많아요.' 까지 했으면 화도 낼 분위기...^^;

 

뉴샤텔은 작은 도시라 그런지 이렇게 가끔 낯선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거나 우리 일행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끼어들 때가 있다. 한국 시골에 가면 가끔 어른들이 그러실 때가 있는데, 나는 차가운 서울녀자(ㅋㅋ)라 이게 영 적응이 안되네. ^^; 뭐 사실 서울녀자도 나름인지 내 친구중에도 이런 애들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할머니를 삐지게 한 듯 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조금 머쓱해져 벤치에 얌전히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그때 날아든 문자 하나.

 

 

"마누라, 어디야? 나 일 끝났어. 아직 시내면 같이 밥먹고 들어가자! 버거킹 어때?'

 

푸흐. 그래. 우리는 여전히 버거와 피자에 열광하는 애어른이다. 

덕분에 머쓱한 기분은 저만치 사라지고 룰루랄라 남편과 함께 오손도손 햄버거를 먹으며 재잘재잘 하루 일과를 서로에게 보고 했다.

 

그래서 스위스댁의 벚꽃엔딩은 이렇게 햄버거로 푸짐하게 마무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