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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rica | 아프리카/Seychelles | 세이셸
에티하드 항공 이용기. 아부다비 환승공항 풍경
2014. 4. 24. 19:49

입맛대로 고르자, 에티하드 항공
스카이패스나 스타얼라이언스 마일리지 중 선택할 수 있다고?

 

 

이번 세이셸 여행에는 에티하드 항공을 이용하게 되었다. 아직까지 한국-세이셸 구간에는 직항이 없어서, 홍콩, 방콕, 아부다비, 두바이 등에서 환승을 하게 되는데, 우리는 그중 에어 세이셸 Air Seychelles과 제휴가 되어 있는 에티하드 항공을 타고, 아부다비를 경유하기로 했다. 

 

아랍 에밀레이트의 항공사인 에티하드 항공은 설립한지 10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항공사다. 따라서, 혹시나 아직 미숙한 점이 많지 않을까 미심적어 하며, 사전조사를 해 보았더니, 2007년 성장부문에서 세계 10대 항공사에 들었고, 2009, 2010, 2011년 월드 트래블 어워즈에서 서비스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항공사가 아닌가? 게다가 스타얼라이언스도, 스카이팀도 아니어서 마일리지 적립이 불가능한 줄 알았더니, 국내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모두와 코드쉐어 협정을 맺고 있어서, 둘중 하나에 마일리지 적립까지 가능했다. 그래서 한번 믿고, 떠나보기로 했다.

 

 

 

 

플러그가 있는 항공기
USB LAN port는 물론 전기 플러그까지

 

 

에티하드는 자본이 빵빵한 신생 항공사인만큼, 최신 기종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에어 셰이셸과 에어 모리셔스 공동 운항기가 에티하드 항공기였던 관계로 3주동안 총 5번 에티하드 항공기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인천-아부다비 장거리는 물론, 아부다비-세이셸, 세이셸-모리셔스등의 단거리 구간에서도 기내 엔터테인먼트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기종들이 도입되어 있었다. 물론 기종에 따라 여러가지 기술적인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지만, 사실 탑승객의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건 기내 엔터테인먼트 채널과 좌석 간격 등이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일단 에티하드 항공기들은 모두 합격이다. 영화의 선택의 폭도 넓고, 키 165cm 보통 키인 나에게는 좌석 간격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물론 다리긴 오이군은 비상구에 앉지 않는 한, 좌석 간격에 만족할 수 없지만 말이다. 

 

내가 특히 인천-아부다비 비행 때 가장 기뻤던 것은 멀티 플러그가 좌석마다 있었다는 것이다. 노트북, 모바일 등을 계속 충전하며 사용할 수 있어, 10시간이 넘는 긴긴 비행 시간을 조금이나마 유용하게 보낼 수 있었다. 전압은 110V.

 

 

 

아쉽게도 에티하드 역시 기내 와이파이는 매우 비싸다. 3메가에 5달러니 사진 한장 받으면 대략 오천원이 휙 날아가는 샘. 매우 급한 이메일이나 메신져등의 텍스트를 위한 것이 아니고는 그다지 사용할 일이 없어보인다.

 

 

5시간 미만의 단거리 노선에는 작은 비행기가 도입되는데, 이 역시 개인 모니터가 있고, 장거리 노선과 동일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즐길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도중에 작은 창을 띄워 비행정보를 동시에 볼 수도 있다.

 

 

 

 

비행기 안의 낙은 역시나 기내식
아무것도 안하는데, 배는 계속 고파...

 

 

비행기의 꽃, 기내식이 궁금하셨으리라. 이상하게 하는 일 없어도 늘 배가 고픈 곳이 비행기 안. 

이번에는 출발 시간이 새벽 한시 였던 관계로 첫 식사는 샌드위치나 컵라면 등의 간단한 밤참이 제공 되었다. 자기전 부담되지 않도록 간단한 식사를 제공한 거라는데, 라면 먹고 자면 눈 붓는 거 모르나? 눈꺼플이 얇은 외국인들은 동양인의 그런 비애를 모르는 듯 하다. 맛은 샌드위치도 평범, 출처 불명의 밍밍한 컵라면도 역시 평범했다. 내리기 전 제공된 아침식사는 오믈렛과 소세지 였는데, 음...솔직히 별로여서 과일만 먹고, 아침을 떼우게 되었다. 기내식은 절대 남기지 않는다는 나의 결심이 말그대로 하루 아침에 무너지고 마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 결심은 추후에도 계속해서 무너져 내렸다. 세이셸-모리셔스 구간에는 상행 하행 각 한끼씩이 정식 식사가 제공되었는데, 배가 꽤 고팠음에도 불구하고, 음식맛이 한참 많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메뉴는 크레올 스타일의 커리류와 각종 콩이 들어간 샐러드였는데, 아무거나 잘 먹어 치우는 내가 반절도 못먹고 남기고 말았다. 헬스를 시작한 뒤로 식욕이 넘친다는 오이군도 밥풀을 세며, 승무원이 쟁반을 치우기 위해, 세번을 확인하러 오고나서야 음식을 다 끝낼 수 있었다. 근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약먹듯 먹었다는 오이군의 총평. 크레올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세이셸과 레위니옹, 모리셔스에서 먹은 크레올 음식은 길가의 음식점에서 조차 모두 훌륭했었다. 아무래도 에티하드가 기내식 음식 맛에 신경을 조금 더 써야 할 듯

결국 에티하드 기내에서 나의 식사는 사이드로 제공된 크래커와 치즈 그리고, 디저트가 전부 였다. 무안한 맛의 식사에 비해, 디저트는 꽤 훌륭한 편.

 

 

 

 

 

 

아부다비 환승 공항
쇼핑 매니아의 천국. 그러나 환승 시스템은...

 

 

아부다비나 두바이 공항에 다다를 즈음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항상 인간이 이뤄낸 것들에 대해 찬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놀라운 녹색 빛의 도시. 가지런한 건물들의 모습. 자연을 거스르고, 신을 향해 도전하는 바벨탑이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그들은 사막에 내린 신의 기적이라 부른다.

 

 

에티하드의 연결편 대기 시간이 20~23시간 사이인 경우가 많아서, 요즘 아부다비 1일 관광이 뜨고 있다. 연결편 간격이 24시간 미만인 경우에는 스톱오버가 아니라 그냥 대기 시간이 되므로, 스톱오버 신청도 할 필요없이 공항 밖으로 나갔다 올 수가 있다. 에미레이트 왕실 칙령으로 설립된 회사인 만큼, 아부다비 홍보와 관광업 발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타임 스케줄인 듯 하다. 공항내에 대기시간 별로 여행 코스가 정리된 브로셔까지 꽂혀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도 한국으로 돌아올 때 21시간 대기 시간이 있어서 아부다비 일일 관광을 하기로 했다. 일일 관광을 할 때는 다른 나라에 들어 갈 때와 마찬가지로 입국 절차를 밟으면 되는데, 그때 30일 도착 비자를 무료로 발급 받게 된다.

 

 

세이셸로 갈 때는 약 1시간 30분의 대기 시간이 있어서 환승 게이트를 이용하게 되었다. 아랍 에미레이트의 수도 아부다비는 두바이와 함께 급 성장하고 있는 도시로, 공항에서 부터 화려함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공항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은데, 화려한 면세점들이 24시간 운영되고 있어, 쇼핑 마니아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핫 플레이스.

 

 

면세점에서 기대하는 유명 브랜드의 상품들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음은 물론, 이렇게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올 법한 물건들이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쇼핑에 관심이 없다면, 공항내에서 로그인도 필요 없는 무료 와이파이가 잡히니 가족과 친구들에게 무사하다고, 안부인사를 남겨주는 건 어떨지.

 

 

 

 

 

아부다비 공항은 면세점과 와이파이 모두 좋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으니 바로 환승 시스템이다. 환승공항은 커다란 기둥을 중심으로 원형 으로되어 있는데, 게이트로 가는 스캐너가 비좁은 면세점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환승객들이 면세점을 가득 메우고, 우왕좌왕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또 이유는 모르겠지만, 스캐너를 작동하기 앞서, 세이셸 환승객 전원을 비좁은 공간에서 20분 가량 줄을 서서 기다리게 했기 때문에, 기다리는 사람들도 쇼핑하는 사람들도 모두 통행에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스캐너를 통과하고 나서야 비로소 의자가 있는 대기실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모두들 이미 사람에 치여 기진 맥진한 상태였다. 

 

 

짧았지만 피곤했던 환승절차를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니 기내가 뿌연 안개 같은것으로 가득하다. 아프리카나 동남아등의 모기 유행 지역으로 환승을 하면 이렇게 기내에 모기 퇴치 스프레이를 뿌려 전염병을 막기 때문이다.

 

에티하드 항공의 전반적인 느낌은 소문대로 승무원들이 모두 상냥하고, 생글 생글 웃으며 맞이하기 때문에 서비스면에서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간혹 물이나 커피 등을 주문하면 비교적 빠르게 서빙되고, 기내 시설 면에서도 훌륭했다. 장거리 비행기에는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위해 이어폰이 아닌 헤드폰을 주기 때문에 음질도 좋은 편. 단, 식사가 전반적으로 맛이 없는 편이어서,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동서양 교역의 중심지로 급부상한 아랍 에미레이트의 수도, 아부다비를 기점으로 설립된지 10년 남짓한 항공사. 나라의 발전 속도와 더불어 9년만에 세계 52개국에 취항하며, 매주 1000개 이상의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에티하드 항공은 2014년부터 초대형 항공기 A380을 10대나 도입하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지 기대되는 항공사이다.

 

 

 

 

여담
비행기안 스트립쇼!

 

 

비행기가 막 이륙하려는데, 내 앞줄의 맞은편 복도에 앉은 한국여자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비행기를 처음 타보나보다. 전자제품 전원끄라는 안내방송도 이미 나간 후였는데, 당당하게 큰소리로 통화를 시작한다. 당연히 승무원이 들이닥쳤는데, 이 여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의자위로 올라가 머리위에 둔 가방을 내리기 시작한다. 전화를 끄라는 승무원의 지시를 깔끔하게 무시한 채 이번에는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연결한다. 음. 영어를 못 알아 듣나보다. 당황한 승무원이 정신없이 제지 했으나 이 여자, 빤히 쳐다보다 오케이만 연발하며, 전화도 노트북도 끌 생각을 안하는 거다. 비행기가 택시를 마치고, 정말 이륙하려고 하자 다급해진 승무원이 직접 노트북을 정리하고, 전화를 뺏어 끊어버렸다. 멍하게 쳐다보는 여자에게 상황 설명을 해 주고 싶었지만, 내 자리에서 멀었을 뿐 아니라 이륙중이었기 때문에 안전벨트를 풀고, 복도로 가기도 뭐한 상황. 이 여자는 그저 '익스큐즈미?'를 반복하며 승무원을 쳐다본다. 어쨌든 비행기가 무사히 이륙했고, 1차 상황 종료.

...라는 건 나의 착각. 안전벨트 OK 사인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 여자가 거의 삼분 간격으로 의자위에 올라가 머리위의 가방을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하는게 아닌가. 왜 저러는 걸까...

 

늘 그렇듯이 나는 비행기가 이륙해서 고도를 올려가면 잠이 오기 때문에, 잠깐 잠이 들었다 (멀미의 일종이라고 한다). 그러다 쿵~하는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아까 그 여자가 머리위의 가방을 떨어뜨리고, 멍하게 가방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전히 여자는 의자위에 올라서 있었는데, 뜨헉..이것은 무슨 상황? 이 여자 팬티바람이다. 내가 지금 꿈을 꾸나 잠시 눈을 비벼 보았으나, 꿈이 아니다. 진짜로 비행기안에서 팬티와 민소매 티만 입고 있다. 그것도 의자 위에 올라 서있다. 뭐...뭐지?

 

잠시 황당해서 멀뚱히 지켜보다, 어느덧 나는 다시 꿈나라로 돌아갔다. 그러다 이번엔 누군가 '히익, 에그머니' 하는 소리를 질러 다시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떠보니 화장실 가던 아주머니가 복도에 놀라 선채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뭘 보나 궁금해 나도 쳐다 봤는데, 헉. 아까 팬티바람의 여자가 이번에는 바닥에 누워 자고 있는게 아닌가. 게다가 입에서는 드문 드문, 크고 정확한 목소리로 매우 거친 상소리가 튀어나오고 있었으니...창피했지만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우길 수도 없었다. 유창한 발음으로 열여덟을 외치는데, 외국인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레벨이었기 때문이다. 아주머니는 승무원을 불렀고, 여자 승무원이 혼자 왔다가 수습이 안되자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때 남자 승무원도 무슨 일이냐며 도와주겠다고 다가오자, 여승무원들이 화들짝 놀라며, 됐다고 막아선다. 그렇다. 에티하드는 정통 무슬림 국가인 아랍 에미레이트의 항공사. 승무원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도 섞여있는 듯 했지만 어쨌든 나름 무슬림국가의 항공사다보니 더 민감했던 것 같다. 여자들이 히잡을 둘러도 부족할 판에 팬티 바람이 웬말이란 말인가. 결국 여 승무원 셋이 와서 그 여자를 의자로 들어 옮겼다. 어디선가 츄리닝 바지도 공수해와 입히고, 정신을 차리게 하려는지 억지로 물도 한컵 마시게 했다. 그러나, 정신 못차리던 여자가 물을 윗옷에 쏟더니 그것 마저 벗겠다고 하는 바람에 승무원들은 또 한번 진땀을 빼고...승무원들이 그 고생을 하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 여자는 다시 한번 유창한 상소리를 퍼부으며 자신만의 꿈나라로 돌아갔다.

 

술을 잔뜩 마신건지 어디가 약간 모자른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내 평생 본 최고의 진상손님. 

 

 

       

낙원으로 가는 길

여행일자 : 2014.03.29 -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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